버스기사의 소.확.행

2019. 5. 13. 9:14
운전을 직업으로 시작하고 익숙해 질 즈음부터 삶의 라이프 스타일이 업무적인 특성상 단순해 짐을 느낀다.
버스기사로 어느덧 6년 차, 만 5년이 다 되었다.
짧은 택시 경력을 포함해야겠지만, 두 종류의 운전 장단점이 다르고, 비슷한 부분 역시 '단순성'에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사납금' 여부와 승객과의 접점이 '오픈공간 여부' 와 ''폐쇄성' 에 있지 않을 까 싶다.
버스기사로서 근무하는 하루의 시작이나 운행 중에 느껴지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생각해 본다.
'소확행' 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8 '한국의 트렌드' 용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이 단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6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 에 등장하는 신조어 입니다.
그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이렇게 표현한 것 입니다.
하루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 이모저모 준비를 하지만 요즘 들어 몇 가지 '소확행' 을 만나곤 합니다.
1. 단시간에 운전석 조정으로 안정감을 찾을 때
버스운전을 시작하고 사수가, '시트 조정'의 중요성을 설명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 운전 잘 하는 사람도 의자조정이 편하지 못한 채로 운행하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운전경력이 꽤 된 상태인데도, 운행노선을 한바퀴 돌고 나서 미세 조정을 하곤 할 때가 많다.
무언가 불편하여, 높이, 등받침 각도, 휠간 거리, 시트 경사 등의 조정을 수시로 하며 안정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참으로 어렵게 서울버스 고정기사로 올라선 후에도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몇 달 전부터,
운행시작 십 여분 만에 때로는 출발 전의 조정으로 '안정감'을 완벽하게 찾기도 한다.
이 작은 안정감이 하루 여덟시간 넘나드는 순수 운행시간의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마을버스 사수에게서 듣던 조언의 무게감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2. 오후 근무 막차순번으로 운행하면서 '진상취객' 마주치지 않을 때
회차지를 돌고, 종점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운행의 종착지 다 와갈 때 까지 비교적 온순한 승객들을 만날 때는
안도감과 함께 그날의 '행운'을 감사한다.
대중교통 운전직이 아니면 접하지도 못했을 그 보잘 것 없는 요소가 내게는 결코 작지 않은 확실하게 '큰 행복' 이다.
3. 좋아하는 식단을 만나면서
내가 즐겨 먹고파 하는 메뉴를 구내식당에서 만날 때는 나의 '적은 식사용량'이 아쉽기도 한다.
늘 식사는 '떼웠다' 라는 정도로 생각하는 내게서도 '미식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4. 착한 승객들의 에너지
당당하게 운임을 내고 타는 승객 은 어찌 보면 내게 급여를 만들어주는 원천적인 '갑'의 입장이다.
버스기사에게 고맙다며 음료나 먹거리 등 작은 선물을 건네주는 승객은
말 그대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제공해 주는 나 만의 비타민이다.
또한 무응답이나 '영혼없는 답인사'가 대부분인 승차 태도를 매일 접하다가
'하이 소프라노' 톤으로 선제 인사하는 승객은 '로또' 와 같은 즐거움이다.
'클래식' 방송을 버스에서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며
하차 전 운전석까지 다가와 인사했던 젊은 남자승객도 기억난다.
매일 매일 소확행을 승객들에게 안겨주고픈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내가 버스 승객으로 타면서 만나는 버스기사의 첫인상은 어떠하면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으려 노력한다.
남녀 노소 인상에서 느껴지고 접하는 그들 '인생'의 주름살과 무관하게
짧지만 마음 담긴 밝은 인사로 그들의 승차시간이 조금이라도 유쾌하기를 바랄 뿐이다.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탁친님 항시 안전운행 하시고 소확행 하세요.
오늘은 첫차 순번근무라 새벽 3시 전에 눈뜨고 한바퀴 운행 마쳤어요.
이제 식후 한바퀴면 오늘 오후는 가족이 라이언킹 예매해서 보려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사업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탁친님의 행복한 하루하루를 소원합니다~~
한두달 전에는 벤처기업 재직시절 모시던 사장님을 승객으로 맞이하며 인사건네니 엄청 당황하시더군요.ㅎ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다~ 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즐겁게 일합니다 하며 답했어요.
그곳 미국으로 이민가서 버스기사 한다는 마을버스 동료기사 생각납니다.
'전주 시내버스 기사'일을 하는 허혁 작가님 글이 문뜩 떠오릅니다.
『오전에는 선진국,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친절은 마인드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다.』
허혁 버스 기사 작가님 그리고 탁구친구님..몇일전에 탔던 급행 운전기사님..포함 모든 운전 기사님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장맛비, 빗길 안전 운전 하시길.
『오전에는 선진국,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
친절은 마인드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다.』가 압권입니다.
저도 절대 동감이고 공감합니다요!
아마 그곳은 15시간 내외 종일근무 일겁니다.
물론 월 근무일 수는 12~13일 정도겠지만요.
마을버스 시절 종일근무 타던 기억으로도 늦은 밤시간의 피로감에 정말 위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여건이 마을버스, 지방버스 모두 더 개선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공감댓글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넘 감사드리며 잘 보았습니다.
저는 무지해서 소확행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가 생각하는 소확행은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소확행 할테니 탁친님께서도 부디 안전운행하시고 소확행 하세요!
전 아직도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이는 늘 미소를 간직하더군요.
늘 다정한 댓글처럼 행복한 일상의 소.확.행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패터슨을 잘 모르겠는데 검색 좀 해 보겠습니다.^^
개요
드라마 프랑스, 독일, 미국 118분
개봉
2017.12.21.
평점
8.52
관객수
6.7만명
줄거리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대단합니다.
진짜 글 재주 있는 고수들은 숨겨져 있는 편이죠.
전 그냥 일상의 이야기 나누면 즐겁습니다.
때로 별것도 아닌 걸 너무 많이 떠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