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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의 추억 - 두번째

95 오늘 아침 20 309

조용하다...

어두컴컴한 길이 조용하니 기분 참 이상해진다.

 

이집... 아니고... 다음집... 아니고.... 

집주소를 확인하면서 한집한집 지나간다. 

캘리포니아의 길들은 전부 찻길이다. 조그만 샛길이라도 말이다.

집주소 번호는 찻길과 맞닿은 보도블럭에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첫번째 가로등 지나고, 두번째 불꺼진 가로등 지나고...

날이 어두워지니 기분도 무거워진다. 

아... 무섭다는것이 아니다. 무섭긴 뭐가...

역시 안좋은 예감은 이상하리만치 잘 들어맞는다.

내가 찾은곳은 맨 마지막 집이다.

길이 끝나는곳이라 다른집들처럼 완전하게 옆으로 서있는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45도 각도를 이루고 서있다.

 

설마... 집에서 라켓을 판다고...?

이사람 가게에 있는 물건을 쌔벼와서.. 아..아니 이런말은 안돼지.

허락없이 가져와서 파는건가? 

이건.. 그러니까 불법...아닌가...?

 

집을 바라보니 기분이 더 이상해진다.

마지막집이라 그 옆은 집이없다. 보이는것은 지평선이다.

왼쪽은 산비탈이고 집과 산비탈 사이에는 시커먼 공간이 뻥 뚫려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쪽으로 희끄무레하게 보이는것은... 산..인가?

그러니까 내가 그 지평선을 넘어간다면...

 

삐이유우웅~~~~!

 

일수도 있다는거지...

한국같으면 귀뚜라미 소리라도 들릴테지만 이곳의 귀뚜라미는 모두 잡아먹혔냐...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뒤돌아보니 모든집들의 불은 다 꺼져있고..

여기에 나뭇가지에 앉은 부엉이라도 울어대면 완전 영화겠다. 하지만 현실과 영화는 다르다.

아...정말... 기분 이상하다. 그냥 돌아갈까..?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순 없잖아. 그리고 가지 않으면 분명 전화 올거다. 왜 안왔느냐고...

 

자... 가보자...

집은 전형적인 미국집으로 정면에는 커다란 차고가 있고 그옆으로 차고의 벽을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

미국집의 현관문은 한국의 쇠대문이나 아파트의 철문과는 전혀 다른다.

그냥 보통의 방문과 비슷하다. 크기도 비슷하고...

현관문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툭...

하는소리와 함께 난 앞으로 고꾸라졌다.

현관가는길에 얕은 턱이 있는것이다.

보일리가 있나... 어두운곳에서 앞만 보고 가는데...

양손이 더러워지고 무릎 한번 부딪히고 나니 갑자기 분노게이지가 상승한다.

 

아니..

손님이 온다고했으면 집밖에 불이라도 켜놔야 하는것 아냐...

누가 이런 컴컴한곳에 오고싶겠어..

이러면서 장사하려고 해... 너 그게 말이 되냐.... 블라 블라 블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현관문 앞에서서 심호흡을 한후

어험---!

한번 헛기침후에...

 

"이리오너라----!!!"

.

.

.

가 아니고...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초인종을 누른후 귀기울여 집안의 동정을 살핀다.

소리 나면 몰라도 안나면 잽싸게 뒤돌아서 GO Home---

그런데 '서그럭, 서그럭...'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점점 커오는것 같더니 다시 멀어지고 들리지 않는다.

이사람 벨소리를 못들었나...

다시 벨을 누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꺼끄러뜨떠떠떠...

 

고요한 밤하늘에 듣기싫은 괴음이 울려퍼진다.

어... 현관문은 멀쩡하네.. 그러면...

옆에 차고문쪽으로 가보니 차고문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마지막

떠--엉...

소리와 함께 문이 다 열리니 차고안에 불이 켜진다.

그런데 별로 밝지도 않다. 겨우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볼정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차고의 오른쪽 반의 공간을 거의 다 차지한 목공용 바이트다.

그리고 오른쪽 벽에는 각종 연장이 걸려있고 

왼쪽에는 집안으로 통하는 문앞에 왠 키작은 아저씨가 뒷짐을 지고 서있다.

이 아저씨도 머리를 되게 짧게 잘랐다. (중국인들은 다 이런가..?)

 

--너냐?

-나다.

--몇개?

-세개.

--오깨.

-응? (오깨라니...)

--10분

-뭐?

--기다려

-좋아

 

짧지만 손짓 발짓에 엉터리 영어까지 섞인 대화가 끝나고 (진짜 시간은 훨씬 길었다.) 이아저씨, 옆에 선반에서 뭔가를 꺼낸다.

그리고 뭔가 쓱-쓱- 바르기 시작하는데 그 행동이 너무 간단하다.

쓱쓱쓱... 쓱쓱쓱... 쓱쓱쓱... 끝!

그리고 내게 뭔가를 들어보인다.

 

--어느거?

-몰라 아무거나.

 

치아악... 하는 비닐벗겨지는소리가 들린다.

그때 깨달았는데 이사람 라켓을 만들고 있었다. 아니 조립한다고 해야하나?

분명히 러버로 생각되는것에 또 쓱쓱쓱 풀칠을 한다.

그리고 나는 라켓이 조립되어 만들어진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어.. 이사람 이제보니 이걸 부업으로 하고있구나.

그럼 그렇지. 몰래 가져온 물건 팔면서 자기집에 오라는 사람은 없겠지...

아마 이 목공 바이트로 라켓을 만들어 파나보지... 이제보니 꽤 능력있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 쳐다보기도 참 부담간다.

이사람 딴데도 좀 쳐다보지 왜 나만 쳐다보냐.. 시선도 피할겸 궁금하기도 해서 옆에 걸린 공구를 살펴보는데...

이름도 모를 공구가 가득하다. 

드릴에 망치에. 나무 갈아내는것 같은 기구에. 전기톱까지...

전기톱...? 오늘이 몇일이지..?

갑자기 영화의 한장면이 떠올랐지만 설마...

설마 하지만 이집 옆에 뻥뚫린 공간도 갑자기 생각난다. 설마...설마...

내 머리속은 게이트에서부터 이집의 높이가 얼마였는지 계산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빵--!

하는 소리가 들린다. 황급히 돌아보니 이 아저씨 라켓에 러버를 붙이고 손으로 두드려보고있다.

라켓에 비닐 한겹 씌워주고 반케이스도 싸서 준다.

오... 이거 괜찮네...

그동안 안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좋아진다. 

뭐야... 괜히 걱정했잖아... 이 아저씨 생각보다 서비스가 좋은데...

그래... 장사는 이렇게 해야돼. 그런데 이거 불법은 아니겠지..

기분좋게 돈을 지불하고 돌아서는데 한가지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를 스친다.

 

-너 러버만도 파냐?

--판다.

-내가 라켓 가져오면 붙여줄수 있어?

--있다.

-좋아 그럼 내일보자

--오깨.

-(음.. 발음 한번 기막히군...)

 

내게는 1970년대 초반에 아버님께서 사주신 클로버 펜홀더가 있다.

그때도 근 25년 이상의 나이를 먹었던 라켓이다.

러버가 낡은느낌이 나지만 그 두께와 공이 맞는 느낌은 아주 좋았길래 이 라켓에 새러버를 붙여 사용한다면.. 하는생각이 든거다.

아마도 새러버만 붙이면...? 흐흐흐...

이 이상한 집과 저 기분나쁜 아저씨를 또 봐야한다는것이 마음에 안들지만,

뭐... 한번만 더 오면 될테니. 참자..

 

돌아오면서 하늘을 보니 별이 많이도 보인다.

그중에 가장 밝게 빛나는것은 달이다.

오늘밤은 반달이 떴네.

밤하늘에 보이는 반달이 절로 노래가 나오게 한다.

-밤에 나온 반달은, 노란 반달은...

 

시합까지 남은 날짜는 열흘정도...

내라켓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아마도 8강 까지는 가지않을까...?

아..뭐... 2~30명 나오실텐데 그안에서 8강이면 만족할만하지...

에..또... 나오시는분들중 3분의 1은 여성분들일테고, 3분의 1은 나이드신분들이라고 생각하면...

흐흐흐... 잘하면 4강 까지도....아마 상품은 3등 까지 줄테지.. 아... 꼭 상품을 받아야된다는것은 아니야.

그냥 나도 이만큼 한다 이거지...

아... 정말... 다음주 시합 기돼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하지만 망상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리고 한번 빠진 '망상의 터널'은 쉽게 헤어나올수가 없다.

.

.

.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쯧쯧쯧...!

.

.

.

 

** 글을 쓰면서 새삼 깨닫습니다.

글을 쓴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했던 표현을 막상 글로 옮기면 어쩐지 이상해져서 지우고.. 앞문장과 뒷문장이 섞일때도 있더군요.

분량도 두번이면 다 쓸수있을거라 생각했는데요,

쓰다보니 분량계산이 너무 틀리네요. 다음과 연결하려니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 또 여기서 끊습니다.

 

그대신 팁하나!!!

혹시 언제고 미국을 여행하실 계획이 있으신분, 혹은 친척, 친구를 보러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미국, 아니 캘리포니아에서 주소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잠깐 설명드릴께요.

 

제가 옛날에 한국에서 모르는 집을 찾아가려면 지나가는 할아버님 한분 붙잡고 물어봤어야 했죠.

그럼 할아버님께서 그러십니다.

"아-- 그집? 이쪽 길로 올라가다가 두갈래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다보면 담배가게가 나오거든..."

"예..."

"그럼 그곳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가다가 바로 오른쪽으로 돌란말이야--"

"네..에..."

"그러면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어쩌구...저쩌구...

다 듣고 나면 담배가게 밖에 생각나는것이 없습니다. 그럼 또 담배가게에 가서 물어봐야겠죠.

하지만 요즘은 잘 돼있다고, 즉 찾기 쉽게 돼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옛부터 지도책을 이용합니다. 아무리 작고 좁은길이라도 다 이름이 있거든요.

목록에서 시 를 찾고 길 이름을 찾으면 지도책 몇페이지에 나와있으니 찾을수 있게되있습니다.

요즘은 GPS 때문에 지도책도 필요가 없지만요. 그때는 그랬습니다.

집 주소 번호는 서쪽과 북쪽의 집들은 번호가 홀수, 동쪽과 남쪽의 집들은 번호가 짝수입니다.

예를들어 한집의 번호가 18965 이면 그다음집은 18963 아니면 18967 이 되는거죠.

번호의 높낮음은 그 집이 있는 시의 시청에 가까운곳이면 번호가 내려가고 먼곳으로 갈수록 올라갑니다.

 

자, 여기서 문제 하나 내지요.

제가 와있는 이집의 주소는 홀수일까요? 아니면 짝수일까요?

지난번 글을 잘 읽으셨으면 쉽게 풀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

정답은 다음 글에 올리겠습니다만, 아마 모두들 풀수있을것 같아서 올릴필요도 없을것 같네요.

그럼 다음에 뵙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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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9 나리고고
재밌게 잘 봤습니다~ 또 이틀 기다려야하나요~~~

Congratulations! You win the 13 Lucky Point!

95 오늘 아침
글 쓰는 것이 쉽지 않네요 ㅠㅠ

Congratulations! You win the 22 Lucky Point!

M 고고탁
ㅎㅎ..... 참 재미나게 적었습니다.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
99 정다운
오늘아침님께서 올려주신 좋은 글을 저도 잘 보고 갑니다.
95 오늘 아침
매번 감사합니다.
53 풀문
아마튜어를 벗어난 대단한 필력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
멋져요~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60 탁구천재...
쟐 보구 갑니다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
99 강청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ongratulations! You win the 48 Lucky Point!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
35 vincentyoun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43 한컴
정말 재미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캘리포니아가 연상됩니다..
95 오늘 아침
감사합니다
54 나름대로5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반전이 있을 지 기대됩니다.
95 오늘 아침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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