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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나더러 유연하게 살라고 하는데 세월은 나를 완고하게 붙들어 맨다!

1 입센 2 3,195

5년 전, 체지방을 측정한 일이 있었는데 체지방이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비쩍 마른 체구에 의외라는 생각과 함께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탁구입니다.

 

탁구를 시작한지가 2005년 5월부터이니까 그럭저럭 5년을 넘어 6년으로 넘어서고 있는 셈이지요.

 요즈음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탁구장에 나가고 있는데 나의 탁구용품에 비아냥거림이 여기저기 피는 듯 합니다.

왜냐하면 탁구라켓만 다섯 가지가 넘기 때문입니다.

가만, 일펜 한 자루, 셰이크 두 자루, 중펜 세 자루, 자세히 세어보니 여섯 자루의 라켓이 가방 속에 담겨 있네요.

 

어느 날, 절친한 동호인이 이렇게 말합디다.

“형님은 탁구도 못 치면서 무슨 라켓만 잔뜩 가지고 다녀요?”

“못 치니까 이리저리 해보려고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무슨 선수라고 한 가지만 고집하냐? 세상 얼마나 산다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살란다!”고 일침을 가한 일이 있습니다.

서로가 스스럼없는 사이이므로 농으로 던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나치다가도 속 좁은 나는 “이 놈이 한 말이 혹시 뼈가 있는 말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사실 내가 여러 종류의 라켓을 사용하는 사연은 이렇습니다.

 

한 마디로 곱게 늙으려는 몸부림이자 안간힘이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약 3년 전에 교육을 간 일이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중 ‘유연성을 기르는 법’을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강의 내용이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 내용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사람은 늙으면서 유연한 부류와 완고한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유연하게(즉 곱게) 늙어야 한다.

유연하게 늙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다.

원래 사고나 성격이 유연한 사람도 있지만, 천성적으로 유연한 사람은 많지 않다.

비록 천성적으로 유연한 사람조차 수많은 비바람과 세파에 나이가 들면서 유연성을 잃고 완고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데 있어 시냅스라는 물질이 있는데, 시냅스 활동이 왕성할수록 유연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시냅스 활동을 정지시킨다.

다양한 독서와 문화활동(음악감상, 미술감상, 독서, 운동 등)은 유연성을 기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뭐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 강의를 듣고 생각한 것이 기왕 탁구를 칠 바에는 다양한 라켓으로 하면 좀 더 유연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 대상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타인에게는 그저 ‘별 볼일 없는 것’도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일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지요.

또한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말을 생산하며 살아가는데, 내가 한 말이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뜻과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지요.

산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신영복 선생의 글이 생각나는군요.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무감어수(無鑒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鑒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 중에서)

 

하늘 높은 가을이 무르익는 지금, 여태껏 철없이 살아온 내가 지금부터라도 몸과 마음을 살피며 추슬러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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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M 고고탁

어우 잘읽었습니다.

느끼는 바가 큽니다.

2 행복향기

깨달음은 찰라인데....

선생님의 글을 쭉 읽어보니, 사고가 깊으신 분 같습니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게 그 시점에서는 가장 크고 중요하겠지요.

 

그렇더라도 세상은 무관한 것 같습니다.

나는 느끼고, 극복하고 싶어 바쁜데,

세상은 저하고 아무런 상관없이 흘러갑니다.

 

즐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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