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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의 스포츠 사랑, 인재들의 ‘脫한국’ 막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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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학창시절 권투선수를 지망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정 회장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복서의 길을 걸었다면 아마 인파이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품질보다는 저렴함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현대차를 세계적인 회사로 일궈 낸 ‘뚝심 경영’과 최근 8만여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통 큰 사회공헌 소식을 접하고 문득 든 생각입니다.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도 정몽구 회장의 지원 덕분에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양궁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200억원 이상을 지원했으니까요. 선이 굵은 정 회장이지만 의외로 세심한 면도 있습디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격려차 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선수들에게 줄 초콜릿을 샀는데, 유심히 포장지를 살피더라는 겁니다. 혹시 카페인 함량이 높아 도핑테스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한 것이지요. 이런 통 크면서도 주도면밀한 지원과 관심 덕에 등록선수가 2000명도 안 되는 한국 양궁이지만 세계 최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탁구는 중국이 최강입니다. 하지만 중국 탁구도 1990년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많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희망했고 그 결과 ‘부메랑 효과’에 휘청거렸습니다. 1993년 예테보리 세계탁구선수권에서 현정화가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것도 이런 부메랑 효과의 덕을 좀 본 겁니다. 현정화는 현역시절 중국의 ‘핑퐁 마녀’ 덩야핑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회 준결승에서 덩야핑이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이민 간 진준홍에게 패하는 바람에 현정화가 ‘어부지리’했습니다. 중국은 자국 내에 슈퍼리그라는 프로리그를 만들어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막았습니다. 억대 연봉과 고액의 상금 덕분에 이제 중국선수들은 이제 더 이상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한국 양궁도 중국 탁구와 같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인 지도자 수십 명이 해외에 진출, 한국 양궁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바람에 인도, 말레이시아와 같이 예전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국가들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아버지에 이어 양궁협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선배인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과 사촌 간인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을 설득해 실업 양궁팀을 창단시켰습니다. 코오롱 남자양궁팀은 지난 1일 성대한 창단식을 열었고 현대백화점 여자양궁팀도 14일 창단식을 가졌습니다.

현재 실업 양궁팀의 대부분은 시·도에서 운영하는 팀들입니다. 오랜만에 생긴 이들 명실상부한 실업 양궁팀이 중국 탁구의 슈퍼리그와 같이 부메랑 효과를 막는 둑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정의선 회장이 재계 인맥을 활용해 이후에도 속속 실업팀을 창단시키길 바랍니다.

dylee@munhwa.com
 
[스포츠] 이동윤 선임기자의 스포츠 인사이드
원문출처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12140103333300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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