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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를 잘친다"는 말의 의미를 찾아서(4)

M 고고탁 1 2,944

4.

  “우리가 이야기하는 주제가 ‘생활 탁구’이기 때문에 ‘생활’이 ‘탁구’에 앞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최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잘치는 탁구를 논할 때 그 주어를 ‘엘리트 탁구인’으로 상정하느냐 ‘생활 탁구인’으로 상정하느냐에 따라 위에서 언급했던 세 가지 판단 요소의 배점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엘리트 탁구의 경우, 게임에서의 승리가 잘치는 탁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요.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탁구 선수에게 있어서는 탁구의 기본기 및 기량조차도 게임에서의 승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종속 변수의 역할밖에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구나 됨됨이나 사적인 생활의 품격은 종속 변수의 자리조차도 확보하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생활 탁구인의 경우에는 다르다고 봅니다. ‘이기는 탁구’보다는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고, 생활을 보듬고 윤택하게 하는 탁구’가 더 잘치는 탁구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봐요.”

  “박형의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은 잡히지만, 나한테는 매우 고답적으로 들리네요. 탁구 치는 것을 무슨 도(道) 닦는 것과 연계시키려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나 같은 경우, 물론 나의 생활 탁구 경력이 일천한 탓이어서 그렇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즐탁’이 곧 잘치는 탁구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김형이 참 의미 있는 말을 해주었어요. 내가 김형 말에 말꼬리를 잡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면 좋겠어요. 김형은, 박형의 말을 들으니까 ‘탁구 치는 것을 무슨 도(道) 닦는 것과 연계시키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는 탁구는 도(道)와 관계없는 운동이라는 판단이 전제되어 있지요. 아마 그런 느낌과 판단은 김형만이 아니라, 생탁인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탁구에 대해서 갖는 느낌이고 판단이라고 생각돼요. 한국에서 생활 탁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그러한 느낌과 판단은 반드시 극복되고 교정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탁구에는 도(道)가 없기에 ‘그냥 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탁구를 매우 비하하는 것이지요. 태권도(跆拳道), 유도(柔道), 검도(劍道) 등 운동 명칭 그 자체에 도(道)가 들어 있는 운동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에는 선배들이 개척하여 만들어 놓은 길(道)이 있지요. 후배들은 그 길을 배우고 익히면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운동이 주는 육체적 효과를 얻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고 자기 삶을 윤택하게 형성시키기도 하구요. 말하자면, 심신(心身)을 단련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요구되는 법이지요. 생활 탁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린 자녀에게 ‘생활 태권도’를 배우게 하는 부모들은 아무리 못해도 1-2년은 꾸준히 태권도장에 보냅니다. 단순히 건강 증진이라는 효과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함양의 효과도 기대하면서 자녀들을 태권도장에 보내지요. 태권도장 광고 현수막에는, 그 운동에 담겨 있는 도(道)를 통해 자녀들의 인격을 함양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문구가 들어 있는 경우를 자주 보았어요. 그런데 1-2년 꾸준히 자녀에게 생활 탁구 레슨을 시키는 부모를 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설혹 그런 부모가 있다고 하더라도 탁구의 도(道)를 익히는 과정에서 자녀의 인격이 함양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는 드물지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핵심 이유는, 탁구의 도(道)가 별 볼 일 없는 도여서가 아니라, 탁구인들이 그 도를 그 동안 너무 홀대한 탓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참으로 탁구를 비하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어요. 탁구인들이 탁구의 도를 홀대하는데, 비탁구인이 그것을 귀하게 여겨줄 까닭이 없겠지요.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내가 주제넘게 너무 거창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미욱한 마음이 들지만, 사실 우리 생탁인들이 이 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어요.”

Comments

99 명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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