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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소사 1- 유럽 탁구와 한중일 탁구의 흐름

M 고고탁 1 3,451

Prologue : 오늘 어느 분이 다음 카페 게시판에 남긴 글 중에서 "왜 러버는 적과 흑색 밖에 없느냐"는 질문을 듣고 언제건 한번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제니우스와 헥서로 마음들이 어수선할 때인데 조금 생뚱맞은 글일 수 있겠지만, 제 시각에서 정리한 탁구계의 흐름이 혹 재밌게 느껴지실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탁구닷컴 문의배-


<탁구소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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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탁구와 한중일 탁구의 흐름

 

 

돌출 러버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C7 러버의 광범위한 보급이 그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만 해도 숏핌플 러버들은 현정화 선수를 비롯해서 많은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희귀한 러버는 아니었습니다만, 롱핌플 계열 러버들은 사용하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생활체육계에서는 금기시하는 분위기였으므로 미디움핌플계열인 C7의 변화는 매우 낯설고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탁구장마다 C7만 붙였다 하면 무적의 선수로 거듭나는 일이 왕왕 일어나지 않았나 싶네요. 이때가 90년대 후반부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왕리친, 왕하오로 유명해진 DHS의 한국 시장 데뷰는 블레이드가 아닌 바로 이 C7러버였던 셈이죠.

 

 

C7 러버의 광범한 인기는 차츰 롱핌플 러버들을 시장으로 불러 들였고, 2000년도에 들어서서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 롱핌플 러버들은 2005년을 깃점으로 홀마크와 닥터노이바우어라는 두 브랜드가 폭발적인 인기세를 타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생체 탁구계를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주력으로 판매되던 제품은 홀마크의 오리지날과 닥터노이바부어의 부메랑이었습니다.

(오리지날의 경우는 제가 직접 홀마크에 연락해서 한국에 들여오기 시작한 러버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진행되어 온 롱핌플 러버의 흐름에 대해서는 저도 잘 알고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롱핌플 러버의 폭발적인 인기는 당시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고 유럽에서도 거세게 롱핌플 러버가 약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ITTF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 듯 합니다.

 

 

 

원래 핌플 아웃 러버 계열은 유럽에서는 크게 관심이 떨어지는 러버로 중진에서 강력한 회전력을 바탕으로 길게 뻗어오는 파워 드라이브를 즐겨하는 유럽인들에게 하나의 변종 러버 정도로 평가절하 되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유럽 탁구계가 회전량과 힘을 중시한 파워 탁구로 매진하다 보니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고 힘은 떨어지지만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승산이 있었던 한중일 3국에서는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돌파구로 돌출 러버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이런 선수들의 움직임이 일반 아마츄어 탁구계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반면에 유럽에서는 중진 파워 드라이브로 쭉쭉 넘겨 주는 재미가 없는 돌출 러버는 그야말로 시시하고 재미없는 탁구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닥터 노이바우어 선수가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유럽 베테란 탁구대회에서 우승을 이어갔던 것이죠. 제가 알기에 50대 이후 나이의 분들 중에서 돌출 러버를 경험한 분들은 유럽에서 거의 전무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닥터 노이바우어 선수는 (지금은 사업가로 변모하셨지만) 이처럼 중진 드라이브에만 치중해온 유럽의 옛 백전 노장들을 수년간 침몰시키면서 결국은 자신의 브랜드로 유럽 탁구의 심장부를 치고 들어갔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부메랑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지요. 우리 한국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정통 탁구국가들도 그 인기에 휘청휘청 했었다고 해야겠지요.

 

 

 

롱핌플 러버가 인기를 구가하기 전 옛날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요?

 

제가 정확한 연도는 잘 모릅니다만, 70년대까지 러버 스폰지 두께에 지금처럼 도합 4mm가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탑시트와 스폰지가 합쳐 6mm에 이르는 엄청난 러버들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러버의 색에 대한 제한도 없었기 때문에 녹색 러버, 노란색 러버, 심지어는 분홍색 러버도 있었지요.

한 선배형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요, 이처럼 가공할만한 두께의 러버로 드라이브를 하면 회전량이 워낙 많은 탓에 공이 상대편 탁구대 위에서 바운드 된 뒤 뻗어 엔드라인 바깥쪽으로 나가지 않고 탁구대 위에서 투터치가 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강하게 걸어 재낀 드라이브가 탁구대 위에서 투터치가 되는 그림 말이죠. 그러니 가뜩이나 회전많은 드라이브와 현란한 손목질로 공꺽기를 좋아하던 유럽 선수들에게 더 많은 회전은 희대의 목표가 되어 버렸을 것이 자명한 일이죠.

그래서 나이드신 유럽 탁구인이 전진에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참 희귀한 일이죠. 물론 이런 회전량 위주의 탁구 흐름에서 돌출 러버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구요.

 

 

 

그러나 이에 반해 아시아 탁구는 이런 회전 위주의 탁구 흐름에 대응할 이론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돌출 러버를 사용한 전진 속공형이라는 전형이지요.

돌출 러버는 러버의 구석 구석이 비어 있는 만큼 상대방의 회전에 덜 영향을 받고 또 그만큼 쉽게 방어를 할 수 있으므로 그 방어 자체만으로 공격적인 탁구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인 메리트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 나라도 돌출 러버를 사용한 전진 속공형 선수들이 유럽의 막강한 파워 드라이브를 잡을 신종 무기로 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정점을 찍으며 화려한 성적을 올린 선수가 바로 현정화 선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숏핌플 러버를 붙인 전진 속공형 선수들의 특징은 최대한 탁구대에 가까이 붙어 플레이 하면서 타구의 스피드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코스로 찔러들어오는 한 박자 빠른 공격, 혹은 블로킹이 주무기로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편의 회전 많은 드라이브를 맞드라이브나 스매시로 대응하기 보다 핌플 러버로 그 회전량이 갖는 무시무시함을 상쇄시켜 가면서 철벽 방어를 함으로 중진 드라이브를 무산시켰다는 점 등이 그 특징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흔히 사용하던 용어가 숏트 플레이라는 콩글리시였는데, 숏트 플레이는 손목의 각도와 힘, 타이밍 조절로 공의 길이, 높낮이, 코스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가면서 방어를 해 탁구대 바로 앞에 붙어 진행하는 수비 자체가 매우 위력적인 전형으로 한 마디로 말하면 전진 수비형 비슷한 성격의 플레이어 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형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금보다 2mm 더 작은 38mm공을 사용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공의 크기가 커지면서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숏핌플 펜홀더 전형이 거의 사라져 버렸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숏핌플 러버 자체의 변화가 공에 적게 먹고 또 공 무게가 커지면서 숏핌플 러버로 강하게 공격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의 원인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랠리 위주, 파워 위주의 경기 경향이 강해진 것이 그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어쨌거나 이처럼 숏핌플 러버를 사용하여 유럽 선수들의 회전많은 드라이브를 잡아 내면서 한 템포 빠른 동작으로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는 전진속공형(혹은 전진수비형) 선수들이 우리 나라 탁구의 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 중국, 일본도 비슷한 전형의 선수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우리 나라 선수들은 비록 돌출 전형이 아닌 쉐이크 전형의 선수들이라고 하더라도 백핸드 드라이브는 아예 포기하고 백핸드쪽으로 오는 공들을 이 숏트 플레이로 철벽 방어를 하는 것을 생명으로 여겼던 선수들이 많았던 듯 합니다. 현정화 선수와 동시대의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백핸드 드라이브는 찾아볼 수 없고 공이 올라오자 마자 그 타이밍으로 바로 연결해 빠르게 넘겨 주는 백핸드 랠리가 게임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지요. 그만큼 빠른 템포의 블로킹이 위력적이었다는 사실의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 나라 쉐이크 전형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면 이제는 펜홀더 전형이나 이 돌출 버를 사용한 전진속공형 전형의 영향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극히 최근까지도 쉐이크 블레이드를 사용하면서도 백핸드는 이 숏트 플레이를 주무기로 하며 끈질기게 연결하다가 (백드라이브를 전혀 시도하지 않고) 어떻게든 돌아서서 한방을 걸려고 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을 보면 숏핌플 돌출러버가 우리 나라 탁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일반 펜홀더 전형에서도 백핸드의 원활한 방어 능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돌출 러버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드라이브를 러버 힘으로 감쇄시켜 넷트 앞에 짧게 떨어지게 한다던지, 공에 변화를 주어 지져 보낸다던지 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그것이 주 목적이 될 수 없고 어떻게든 백핸드쪽으로도 공격적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돌출 버러를 사용한 전진 속공형의 경우는 블록 자체가 대단히 변화가 많고 공의 코스, 길이 등이 대단히 까다롭기 때문에 백핸드로 뭔가를 더 휘둘러 공격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구분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중국의 경우는 지금의 중펜과 비슷한 형태의 블레이드에 한 면만 숏핌플 아웃 러버를 붙인 전형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일펜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블레이드를 쓰지 않고 이런 형태의 블레이드를 사용한 이유는 미들 코스의 공을 받는 것이 일펜 형태보다 중펜 형태가 편하기 때문이었지요.

팔을 비틀어 안으로 집어 넣어 전형적인 일펜 백핸드 자세를 만들 필요 없이 라켓만 아래로 툭 떨어뜨린 채 공이 오면 팔을 앞으로 뻗어 타구하므로 미들 코스의 쇼트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블레이드를 사용한 전형의 경우는 탁구대에 바짝 붙어서 숏트 플레이를 하기가 매우 편합니다.

공이 어느 곳으로 오던지 몸 안에 있기만 하면 손목만 꺾어 줌으로 바로 블록을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이러한 전형은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 롱핌플 러버를 사용한 이질 전형에 자리를 내 주기 시작합니다.

(2편으로 이어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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