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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소사 4.- 스피드 글루잉과 고수

M 고고탁 1 3,930

최근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되자 글루잉 조금 하는 정도가 건강에 해로우면 얼마나 해롭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듯 합니다만 극히 최근까지도 엘리트 탁구계의 스피드 글루잉 맹신은 정말 선수들의 건강에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은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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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선수들의 훈련 패턴 조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운동 시작이 되면 한 10~15분 정도 우선 기초 체조와 런닝을 해서 몸을 풉니다.

그리고 몸을 다 푼 다음에 한 15분 정도를 쉽니다.

준비 운동을 하고 바로 운동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고 꽤 오랜 시간을 쉬는 것이죠.

이런 형태는 일부 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실업,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조금 비슷한 양상인데요, 여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스피드 글루잉이죠.

 

스피드 글루잉이 허용되던 예전에는 준비 운동 들어가기 전 러버와 블레이드에 스피드 글루잉을 잔뜩 해 놓습니다. 그리고 준비운동 하고 한 15분 기다렸다 붙이는 거죠.

기본적으로 러버에 글루가 마르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마 이 글루 마르는 것을 대기하는 시간적 간격이 현재의 준비 운동 후 휴식이라는 형태의 운동 패턴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피드 글루잉이 ITTF에 의해 금지된 것은 경기 중 랠리를 화려하게 가져가서 탁구 경기를 볼만 하게 만들고 저변을 확대하는 등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앞편 글에서 적었습니다만, 그래도 그것들은 부가적 효과였고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건강 문제였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훈련까지 일반적으로 중고등 선수들의 경우 하루 3번씩 글루잉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십여년을 글루잉을 하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이 올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일이죠.

우리 일반 아마츄어들이야 한번 바르면 며칠 놓아두고 칠 수도 있는 것인데, 어린 선수들이 본드 냄새를 맡으며 하루 세번씩 글루잉을 하는 것을 보면 좀 안되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글루잉 횟수를 줄이기 위한 요령도 있지요.

블레이드 표면에 매니큐어를 바르면 러버에 스며든 글루가 잘 마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유럽 선수들의 경우 블레이드 표면에 매니큐어칠을 해서 얼룩덜룩하게 하고 다니는 선수들도 있었지요.

예전에 보니 그렇게 바른 블레이드에 붙인 러버의 글루는 굉장히 오래 동안 젖은 채로 있더라구요. 아마 매일 스피드 글루잉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역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이 스피드 글루잉 때문에 선수들의 경우 시합 전에 하룻밤을 묵혀 가면서 15번씩 글루잉을 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고 팽팽하게 부풀은 러버로 땅땅 소리 내면서 시합날 탁구치는 맛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스피드 글루잉이 잘 되는지에 대한 요령들도 많이 회자 되었지요.

 

그런데 사실 이 스피드 글루잉이라는 것이 일반 아마츄어 동호인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마츄어 탁구계의 전반적인 수준이 과거에는 지금보다 크게 낮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0~15년 전을 생각하면 현재의 3부는 예전의 2부나 1부 수준의 고수라고 불릴만한 탁구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또 탁구시합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았지요. 그러니 탁구장내 고수들은 지금으로 보면 4부 수준도 왕왕 고수 반열에 있었고 3부 수준만 되면 부동의 고수로 자리하고 지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지금처럼 용품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았고 코치가 권해 주는 것을 무턱대고 구입하는 경향이 매우 높았습니다.

(사실 그런 측면을 생각해 보면 일본 B사가 선수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용품을 공급해 온 것이 결국은 그 선수들이 코치가 되어 다시 일반인에게까지 자신이 사용하던 용품을 권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회사로서는 매우 큰 이익을 불 수 있는 구조였지요.)

 

이처럼 지금보다는 탁구 수준이 낮다 보니 고수들이 만나서 같이 탁구를 칠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지금은 일반 아마츄어분들에게 조금 불만사항이 되기도 하는 것이 도대체 1부들을 만나서 같이 탁구를 치기가 힘들다는 것인데요, 최근 들어서는 고수들은 고수들끼리 만나서 탁구를 치는 경향이 많이 높아졌지요.

그런데 과거에는 그런 고수들이 대부분 자신이 정한 한 탁구장에 은둔하며 그 탁구장의 하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고수들이 되어 한 탁구장에 둥지를 튼 이상 굳이 타 구장의 고수들을 만나서 이기고 지고 하는 피곤한 경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 구장에서 고수로써 대접받으면서 지내는 것이 좋지, 굳이 타 구장에 또 다른 고수를 만나서 이기고 지고 승부를 낼 필요가 없었지요.

 

또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당시만 해도 아마츄어 탁구경기에 상금을 거는 것이 금지되던 분위기였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많은 경기들이 우승자에게 현금으로 상품을 주는 것이 일반화 되었지만 과거에는 생체 차원에서 아마츄어 대회의 순수성을 지키려면 상품은 지급하되 현금이 지급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고 엄격하게 규제하였던 것이 대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했었고, 그 결과 상품도 물품으로만 지급되었고 그 규모도 지금보다는 훨씬 낮았지요.

그런데 점차 대회가 늘어가고 참가자가 증가되어 가면서 현금을 건 대회들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아주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네요.

아무튼 이처럼 상품 규모가 커지면서 전국에 은둔한 고수들이 대회장에서 서로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탁구장 은둔형 고수가 거의 사라졌지요. 이제는 탁구장에 은둔하면서 하수들에게 대접받는 것을 위안 삼으며 연습을 게을리한다면 고수에서 내려와야 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제의 하수들이 엄청난 레슨으로 순식간에 위협적인 선수로 돌변하고 결국은 자신의 실력이 그렇게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저도 예전에 나름 가지고 있던 꿈이 바로 이 탁구장 은둔형 고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보다 잘 치는 사람들 없는 그런 탁구장에서 이기고 지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제가 탁구를 그만큼 잘 쳐서가 아니고 그만큼 당시만 해도 탁구장 최고수가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현재보다는 수준이 훨씬 낮았던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타 동호회와 교류가 없는 탁구장이 드물어 졌지요. 또 회원간 이동도 활발해 지면서 아무리 고수라고 하더라도 더 높은 고수를 만나고 결국은 1부에서 2부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화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는 3부로 내려가는 것도 그리 보기 드문 일이 아니지요. 고수들에게만 뭐라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3부가 과거 1부 실력으로 격상된 측면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런 문제들로 인해 탁구장에서 스피드 글루잉을 할 필요는 거의 없었습니다. 스피드 글루잉을 할 만큼 잘 치는 분들은 하수들과 치면서 굳이 그것까지 해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반면 하수들은 그 당시만 해도 개인 글루통을 들고 다니는 문화 자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탁구도 못 치면서 글루칠하는 것이 좀 꺼려졌지요.

 

제 기억으로는 각 탁구장별로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글루잉이 차츰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한때 전국적 인기를 누렸던 모리스토 2000’이 이 새롭게 생겨난 스피드글루잉족들로 인해서 잠시 주춤해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스피드 글루잉의 보급으로 가장 큰 인기를 누린 러버는 바로 스라이버였습니다. 그 어간에 인기를 누렸던 러버들을 보면서 스피드 글루잉의 영향을 잠시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을 것 입니다.

 

1. 스라이버 시대 : 90년대 후반까지 일반 아마츄어들은 이 러버만 있는 줄 알고 사용했습니다.

 

2. 모리스토 2000 시대 : 40mm공이 출현하면서 아무리 세게 쳐도 공이 안 나가고 특히 서브나 대상 플레이에서 답답함이 많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미처 다른 하이텐션 러버가 우리 나라에 크게 보급되지 전 단계에서 모리스토 2000이 인기를 휩쓸게 되었지요. 아마츄어 탁구인의 80% 정도는 모리스토 2000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네요.

 

3. 스라이버와 라피드 디텍스, 모리스토 2000, 마크로의 시대 : 아마츄어 동호인들 중 일부가 스피드 글루잉의 맛을 알게 되면서 스라이버가 재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리스토 2000의 대항마로 라피드 디텍스와 마크로 러버가 등장했지요. 라피드 디텍스는 균형감 있는 러버로 매우 폭넓은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상당 인구가 애용하는 러버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마크로는 하이텐션 계열 중에서는 저렴한 러버로 인기를 구가했지요.

 

4. 다양한 러버의 무한 경쟁 시대 : 지금은 너무나 많은 러버들이 등장해서 어떤 러버가 천하통일을 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처럼 스피드 글루잉과 하이텐션 러버, 40mm 공은 재미있는 영향을 주고 받았습니다만, 탁구장과 탁구대회의 변천도 이 스피드 글루잉의 시대를 열어 주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상관관계를 인정해야 하겠지요.

특히 대회를 앞두고 한번 스피드 글루잉을 해 본 사람이 이후 스피드 글루잉 매니아가 되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요.

 

한편으로 보면 지금처럼 탁구대회가 많지 않았던 예전 시대가 그립기도 합니다.

굳이 강호에 고수가 많다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있었지요.

탁구장 내에서 매일같이 만나서 탁구치는 몇몇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오늘은 누가 이겼느니, 또 내가 한알 더 높으니 어쩌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이웃사촌처럼들 지내면서 탁구장을 다녔지요.

 

하긴 그 폐단도 많았습니다.

매번 같은 사람들하고만 치다 보니 탁구실력이야 뻔한 것이고, 탁구장에 모여 앉아서 고스톱을 치거나 혹은 탁구는 뒷전이고 술판만 거듭되는 분위기도 많았지요. 지금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현저하게 약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탁구장에 스피드 글루잉을 들고 나와 글루칠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탁구장 내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가 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부터 은둔 고수들도 그 지위가 위협받게 되었구요, 고수에서 내려오기가 내키지 않는 분들은 심지어 탁구를 접거나 혹은 다른 구장으로 옮겨가서 지내기도 하시구요,

 

저도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고수님들이 몇분 기억나는데요, 아직도 건재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은 흔적이 없는 분들도 계시네요.

탁구장이 동네 사랑방이나 대청마루처럼 편안했던 때가 그립다고도 생각됩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신가요?

 

(다음 편으로 이어가겠습니다.)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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